Change

세운상가

다시 깨어난 도심의 메머드

’세상의 기운을 끌어온다’라는 의미를 지닌 세운상가는 1968년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로 등장했다. 이후 유일무이한 종합 가전제품 상가로 호황을 누렸던 이곳은 강남 개발과 용산전자상가 부흥을 거치며 가파른 쇠락의 길을 걸었다.

사진제공 홍종호

세운상가란 하나의 건물 이름이 아니라 종로에서 퇴계로 1km에 이르는 8개 건물을 말한다.(종로에 있던 현대상가는 2009년 헐려 현재 7개 건물이 남았다.) 세운-대림-삼풍-신성이라 이름 지은 4개의 덩어리는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기차’나 ‘도심의 매머드’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당시 최신 건축 사조를 반영한 최첨단 건물은 8개나 되는 건설사와 각자 다른 조합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 탓에 부실 공사가 됐고, 시공 과정에서 당초 계획이 온전하게 실현되지 못했다. 종로나 청계천같이 동서 방향의 흐름을 가진 서울시의 가로와 달리 남북으로 길게 뻗은 건축물은 기존 도시 구조와 어울리지 못했고, 결국 서울 중심부의 낡고 흉측한 유산으로 전락한다.

재개발과 보존 의견이 양립하는 동안 방치되던 건물은 2014년부터 시작된 도시재생 사업인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메이커스 양성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세운상가의 본모습을 최대한 살려 리모델링을 거친 공간에는 현재 청년 메이커와 청년 창업자들이 들어와 기존 상인들과 교류하며 건물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재기 넘치는 젊은 메이커들의 신기술과 상상력, 그리고 각 분야의 마이스터가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컨설팅을 바탕으로 세운상가는 4차 산업혁명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사랑 사진제공 서울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