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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작업실

낯선 곳에서 마주하는 문화예술

정갈하고 완벽하게 전시된 공간에서만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을지로에서는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젊은 아티스트의 개성 가득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전 세대 작가들이 갤러리나 화랑을 통해 소비자를 만났던 것과 달리, 을지로에 정착한 젊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스튜디오를 직접 운영하거나 그 안에 카페나 문화 공간의 기능을 더하며 생존을 도모한다. 개인적인 공간인 작업실을 개방함으로써 이들은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인쇄소 골목 안에 자리한 커피사 마리아는 커피사의 브루잉 카페 겸 마리아 작가의 그림 스튜디오가 한 공간에서 함께 운영된다. 특이한 점은 커피를 마시는 공간과 작가의 작업 공간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덕분에 이곳을 찾은 손님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드로잉 작업을 구경하기도 하고, 공간 곳곳을 꾸미는 작품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도 있다. 건축자재상이 밀집한 어느 골목 안에도 실험적인 예술을 선보이는 전시대안공간이 1년 전 문을 열었다. 일용직 노동자가 머물던 사글셋방 3개를 매달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는 유료 전시 공간으로 개조한 것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을지로에 터를 잡는 이유는 지역적 특성과 연관되어 있다. 작업실 혹은 전시 공간을 찾는 젊은 예술가에게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을지로의 빈 고층 공간은 두말할 것 없이 좋은 장소였다. 다른 곳에서는 구하기 힘든 다양한 재료를 찾기에 용이하고, 인쇄 관련 제작업체가 몰려있다는 지리적 장점도 컸다. 또한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부지런히 땀 흘리는 사람들, 안내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미로처럼 복잡한 길, 온갖 재료가 주위에 산재한 동네의 매력은 예술가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을지로를 여행할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보다 호기심이다. ‘이런 곳에 정말 전시 공간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걷어내고 과감하게 을지로 곳곳을 탐험하다 보면 동네에 숨어 있는 문화예술 공간을 문득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