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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路

을지로가 을지로인 이유

동네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연남동이나 서촌처럼 지역 자체를 가리키는 동명 혹은 별칭으로 불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을지로는 왜 도로명이 곧 동네를 부르는 이름이 되었을까? 도로명으로 동네를 지칭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여느 동네와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동네만의 특수성을 반증한다. 그 이유를 자세히 파고들면 을지로라는 동네의 이모저모를 배울 수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는 대한문에서 출발해 을지로입구 주변에 있던 야트막한 고개인 ‘구리개’를 거쳐 광희문까지 이어지는 간선 도로망을 정비했고, 선형으로 개조된 이 길에 ‘황금정’이라는 일본식 지명을 붙였다. 해방과 동시에 민족정기를 회복하는 취지에서 일본식 지명은 모두 폐기했고, 황금정은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에서 착안한 ‘을지로’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바뀐 것은 이름뿐이고 주요 도로를 기준 삼아 가(街) 단위로 구획하는 방식과 그 형태는 오늘날까지 남았다. 이를 그대로 계승한 게 바로 을지로1가(을지로입구)부터 7가에 해당하는 지역 구획이다.

이후 을지로는 오랫동안 주변 구역의 중심을 가로지르며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입정동, 산림동, 인현동의 복잡한 골목은 지류가 본류로 합류하는 강물처럼 하나같이 을지로를 향해 뻗어 나간다. 덕분에 이 길을 따라 형성된 도심형 공업지구와 원부자재 상점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의 교통, 물류, 유동 인구가 모여든다. 결국 골목마다 복잡하게 나뉜 행정동과 법정동 대신 ‘을지로’라는 도로명이 주변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명칭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비록 그 시작은 식민 통치 중에 강제되었지만, 을지로라는 이름이 정착되는 과정에는 현대 도시 서울의 탄생 과정이 담겨 있다.